Life

병원에서

R.S.D 2011. 10. 18. 02:09


2011.08.22.am10:11

맨 처음 진료받은 병원의 진단서가 필요해서 출근 전 병원에 들렸다.

일찍 왔는데 아직도 대기중.. 

의사가 부족한걸까, 환자가 많은걸까?

실력이 뛰어난 의사들이 많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대림 성모병원은 보라매 서울대병원보다 규모는 훨훨 작은데 환자 혹은 가족들이 앉아서 

기다리는 의자가 안마의자처럼 무지 편하다.

비록 사람이 많아서 난 앉지 못하고 작은 의자에 앉아있지만 고객편의를 위한 시설?같아서 맘에 든다.


아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전 캠프 끝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과 슬픔에 이틀동안 주룩주룩 했었는데..


여기저기 찾아보고 알아보면서 죽는 병은 아니란 사실에 그나마 안도하고 수술 후 건강 잘 챙기면 된다니까 

엄마 건강 관리를 우선순위 0번으로 챙겨나가면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일 가정 공부 세마리를 잡아오던 엄마가 건강 회복을 위해 휴학을 하시고 아쉬워하실 때

나도 안타까웠지만 이 기회에 건강 잘 챙겨놓고 조금씩 꾸준히 준비하다보면

복학하고 남은 한 학기 보낼 때는 더 도움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년에 엄마랑 같이 복학해서 공부하겠네! 나도 꼭 성적 장학 한번 받아봐야지 +_+

내년엔 엄마랑 같이 장학금 받아서 자랑하는걸 목표로 삼아야겠다.


이사도 해야하고 이것저것 신경쓸 일들만 많아서인지 

잠을 잘 못잤는데 눈치백단인 엄마가 그 사실을 알고 계셨나보다.

어제 맘에 드는 집 보고 계약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잠 못자는 것도 그렇고 

몸이 힘드니까 집 구하러 오래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싶었는데

괜찮은 집 빨리 구한 편이라 다행이라고 하셨다.


집 구하고 조만간 병원비도 나갈테고 돈 나갈 일만 잔뜩이지만 

엄마 수술하시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까지는 돈같은거 생각하지 말아야지! 

어차피 허리띠 더 졸라매야하는거 엄마 건강부터 챙기고 졸라도 괜찮다.


또 하나 느낀건, 엄마가 내게 가계상태를 알려주기 시작하셨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빚진 것 없이 온 우리 엄마는 정말 킹왕짱이라는 것이다!!

대학 졸업하고 완벽한 사회인이 되면 엄마같은 딸이 되서 엄마를 모실 것이다 +_+


그러기 위해선 내 건강도 중요하니까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겠다.

병원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편안함을 주진 못한다.

지난번 사촌동생 병문안 갔을 때도 답답함을 느꼈다.

이제 2주 뒤면 입원하시니까 무지무지 잘 챙겨드려서 금방 회복하시도록!! 힘!!

금방 회복하실 것이다:)매일 주문처럼 외쳐야겠다.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


p
hone note

병원에왔다.
입원수속밟으려고번호표뽑고기다리는중.
피곤해서오늘아침늦게일어나서짐마저챙기고나오기까지실감도안나고별느낌이없이멍~하였다
근데입원을앞두고있는지금은기분이이상하다
엄마의약간흙빛같은칙칙해진얼굴도신경쓰이고내일있을수술도걱정이고
오일간있을병원생활내가잘정신차리고기운내서엄마회복빨리되게도와드려야겠다
정신차리자 눈이피로하고다리도힘이없지만내일부터는꼭힘내야한다
힘내자힘!
-11.09.05.오후12:31

병실도착!
행복관7201호이다 가까운곳에다목적실(식판놓는곳 정수기가스렌지등있다)과 엘리베이터가있다
창가쪽에자리잡았는데 하늘이보여서덜답답하다
맞은편56세아주머니께서좀수다쟁이셔서신경쓰이지만옆엔28세여성분이계시고조용히주무시고계신다
분당서울대병원과달리칸막이가각각있지않고공동으로나눠서쓰던지해야하고냉장고도맞은편수다쟁이아주머니옆에놓여있어서쓰기조금거슬린다
그래도짐가져온거정리하고나니깔끔하다
엄마는CT촬영하러가셨고나는병실자리지키면서정리마무리하고노트북청소하고잠시웹서핑중

병실이좀춥길래25.5도로높여놨다

엄마가돌아왔다
물도마시면안되는거였는데열시반쯤드셨었단다
아직오더가안떨어져서기다려야하신단다
발이시렵다고양말을신으셨다
방배정받기전키잴때키가줄었다던데그게신경쓰이시는지키가또줄었네..하신다
허리아프시다고도하고
이따의사선생님께물어봐야지

-11.09.05.오후1:32


CT조영제사용검사설명및신청서

의사가와서설명및병력검사간단히함

조영제부작용약물부작용알레르기유무기타질환등을체크

간단한개인정보작성후싸인

-11.09.05.오후2:00


오후2시10분

CT촬영을위한주사

조영제때문에맞아야함

thyroid CT예정이라고써있다

-11.09.05.오후2:16


네시넘어서CT촬영

금식끝났으니물벌컥벌컥

다섯시쯤부터한숨주무심


무릎이아프시대서걱정이다

허리도좀아프시다하고

내일수술잘되기를!

-11.09.05.오후5:40


머리아프시다고하신다

걱정되네

11.09.05.오후5:50


차트실가셨다

수술동의서쓰러

-11.09.05.오후6:27


오분전

항생제반응시험을하셨다

방금바늘갈아끼우셨다

-11.09.05.오후7:16


열두시경수술이라더니 한시쯤할듯하다고하고

지금까지기다리는중

엄마가지겹다고하신다
불안하고초조해진다고..

나도그렇다

얼른수술하고물마시고회복하는시간이있음좋겠는데..

그나마컬투쇼라디오들으며웃으며달래는중

-11.09.06.오후2:50


세시십육분에 준비하라고말듣고
누워서실려가셨다 오층수술실로
엄마보내고 이십오분쯤수술실에서나왔다
머리에거즈같은걸써서머리카락을덮고누워계신엄마

눈가가조금촉촉해보였다수술실향하는동안

울컥하다나도

잘될거다 잘될거다

-11.09.06.오후4:07


새벽열두시이십팔분에금식끝

물한모금마심


여섯시십구분 처치실에서 붕대제거

-11.09.07.오전7:00


두시십팔분 수술확인서떼기위해

의무기록발급사본떼러수납창구에왔다

-11.09.08.오후2:18



facebook


TV에서만 보던 수술실 앞에 처음 가봤는데 되게 밝았다. +_+ 내 좋은 기를 나눠드린다고 엄마 손 꼭 잡아드리고 나왔는데 엄마는 밥 먹고 있으라고 연거푸 말씀하신다. 어젯밤부터 금식하느라 물도 못마시고 계셨으면서.. 이것이 엄마마음인가 싶다. 괜찮다, 잘 될거다>_< 힘!

2011년9월6일 오후3:45


전신마취때문에 물도 못마시고 잠도 자면 안되서 (새벽1시까지) 고통이 그나마 잦아들고 걸을만해지신 엄마와 함께 복도를 거닐다가 youtube로 노래를 듣고 있다. 정신차리자마자 노래 들려달라하셨는데 감동적인 노래가 힘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사람들이 남겨준 힘내라는 댓글과 카톡들을 전해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셨다. 또 하나의 고비를 무사히 넘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모두들 고맙습니다:)

2011년9월6일 오후11:35




그 당시의 순간의 감정을 기록했던 흔적들.

그 기록들을 모아보았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적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의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힘들었던 마음과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지만 잊지않고 기억함으로써

내가 더 엄마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살다보면 때로 엄마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지만 이 기록으로 인해 전보다는 덜 그러할 것이다.

글쓰기의 힘은 오래가니까.


월요일 병원 입원해서 목요일 퇴원하기까지 4일의 병원생활과

추석연휴를 이용해 엄마의 몸 회복기간으로 삼고 보살펴드린 날들

그 땐 정신없고 힘들어도 쉴 틈도 티낼 틈도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지나왔나..신기하다.


한 달 전 이야기가 되었다니.. 이야-

자꾸 환자인 것을 잊으시는지 평소처럼 너무 활동적이셔서 주말에도 가만 있지 않으시기에

저녁에 누워서 아프시다고 하면 속상해하며 하지말라니까요~내가 할테니 그냥 두세요!라고 소리친 적도 있고 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우리엄마는 활동적이다.

그래서 내가 미리 선수쳐서 이사도 그렇고 짐정리들도 다 해놓고 헥헥- 몸살날 뻔 했지만 뿌듯했다.


 

아우 졸려라. 우선 자야겠다.

글 정리한 것만으로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