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horism
콩깍지
R.S.D
2013. 2. 15. 22:30
... 그 아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빛과 중력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그 아이의 발가락이 살짝 안으로 굽었다는 것도 알았다.
맨 무릎에 붙은 흙도. 그 아이의 외투가 가는 어깨에 잘 맞는 것도.
내 눈에 확대경의 능력이 생겨서 그 아이를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 아이의 입술 위에는 잉크가 떨어진 것처럼 검은 매력점도 있었다.
귀는 투명한 분홍빛 조가비 같았고 금발은 뺨까지 내려왔다.
그 아이는 나에게 자신을 조금씩 드러냈다.
다음에는 그 아이의 세포를 현미경 아래에서 보듯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들 정도였다. ...
-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中
* 콩깍지는 확대경
상대방에게 조금씩 더 드러내고,
상대방을 조금씩 더 이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