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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엄마의 손

 

엄마와 함께 살면서도 손을 자세히 볼 일이 없다.

가끔씩 손이 저린다고 하시면 "무리하셨나보다. 쉬세요~"하고 그만이었다.

손을 보고 주물러드릴 생각을 왜 못했을까.

지난주 수요일 아침, 엄마가 손이 좀 휜 것 같다고 그러면서 내게 엄마 손을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의 무심함을.

아직 50대 초반이실 뿐인데 쭈글해지고 울퉁불퉁한 엄마 손을 보니 너무 속상했다.

정말 손가락이 살짝 휜 것 같기도 하고.

찾아보니 갱년기 증상으로 관절이 약해지면서 변형이 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

놀라서 바로 집 근처 병원들을 찾아보고 괜찮은 재활의학과의원을 골랐다.

엄마에겐 꼭 가라고 계속 문자와 전화를 했고,

오후에 병원에 다녀오신 엄마는 "류마티즘 관절염까지는 아닌데, 손과 발이 살짝 변형이 오려고 하긴 한대.

과사용을 해서 그렇다더라. 약물치료, 물리치료 받으며 된대. 그리고 손은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하네.."

엄마는 엄마 스스로 혹사시켰다고 생각해서 민망해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나에게 너무 화가 났다.

엄마를 위한다고, 건강 챙겨드린다고 마음만 먹고 정작 엄마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내 자신에게.

속이 정말 상하더라.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인생을 즐기세요! 돈은 제가 벌게요." 하고 엄마에게 가장의 책임감을 강제로? 뺏은지 3년째다.

딸들 키울 걱정에 일만 하시던 분이라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건강도 전보다 좋아지고 얼굴 빛도 좋아지고 지금은 잘 지낸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여전히 엄마는 아직도 완벽하게 엄마 자신을 위해 엄마의 몸을 아끼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그런 엄마를 '아직 창창한 50대 초반에 저렇게 활발하게 다양한 활동하고 지내시는건 보기 좋은거야! 건강하게 사는 길이야!'라며

무심하고 소홀하던 나도 잘못이었다.

 

주말에는 점심 약속을 빼곤, 집에서 엄마와 있으면서 손 쓰는 집안일은 다 내가 하고

손빨래도 금지한 채 내가 했다. 장보고 온 짐도 다 들어드리고.

생각보다 손 쓰는 일이 집안에서만 해도 많았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엔 집안일을 미리 해두려고 애쓰지만

내가 일하고 있을 때 혹시 손을 과하게 쓰며 뭔가를 하실까봐 걱정이 자꾸 되서 요즘은 매일같이 당부의 문자를 보낸다.

이것저것 봉사, 스터디, 텃밭, 양봉 등 바깥활동이 많은 엄마는 손 쓰는 일도 많을텐데

집에서만큼은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엄마의 손을 다시 예전의 고운 모습으로 돌리긴 어렵겠지만,

아프지 않도록 자주 만져드리고 살펴보면서

엄마 스스로도 엄마의 손을 볼 때마다 '고생한다야..'소리가 덜 나오도록 관심을 가져야겠다.

엄마가 엄마 스스로에게 안쓰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삶의 행복만 느끼도록,

행동으로 보살펴드리자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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