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을 하면서 경제권을 가지고 집안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
엄마가 쓰는 카드 결제문자도 나에게 온다.
엄마의 영수증은 항상 비슷했다.
가족들 먹거리 구매.
본인을 위한 지출은 거의 없었다.
오랜 시간 가장의 무게로 딸들 키워낸 습관이 유지되었다.
그런 엄마의 희생으로 잘 커온 딸 입장에서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해보질 않아서 모르는 것이지 알아가면 달라질 것이라 믿고
엄마에게 자극을 주려고 노력했다.
여행도 보내드리고 영화, 뮤지컬 등 티켓도 구해드리고..
돈 낭비가 아닌 경험의 가치를 느끼며 인생을 즐기시길 바랐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다양해진 엄마의 영수증을 보면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친구를 만나 마시는 커피 영수증,
건강을 위한 필라테스 등록 영수증,
눈에 밟혀서 산 겨울 코트 영수증,
피부과 진료 영수증 등등.
스튜핏! 과소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겐 엄청난 그뤠잇!의 지출들이다.
엄마가 자기 자신을 위한 지출을 최초로 하기 시작하셨으니까.
우리엄마는 쇼핑은 돈아깝다고 안하시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세일 중인 매장에서 맘에 드는 코트를 발견했다고 사서 입고 다니시며 신경쓰신다.
우리엄마는 머리 손질이나 화장은 시간낭비라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본인이 본인 얼굴 보면 안쓰럽다고 고생의 흔적인 거뭇거뭇 칙칙한 피부를 치료받고 다니고 외출 전 신경쓰며 얼굴을 살펴보신다.
본인도 하고싶지만 본인의 기호를 억제하고 딸들을 위해오신 분이다.
그런 분이 본인에게 돈을 쓰고 자기관리를 한다는 것은...카드 문자가 올 때마다 내가 기분좋게 웃게 만든다.
맘에 드는 옷을 입고 밝게 웃으며 돌아다닐 우리 엄마.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아도 깨끗해진 피부에 자신있게 외출을 하실 우리 엄마.
생각할수록 나도 행복해지는 마법의 소비이다.
나는 아직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갚으려면 멀었다.
여전히 엄마는 '딸에게 부담주긴 싫다'면서 아끼는 모습도 있다.
'엄마의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딸이 보답할 권리도 있어요.' 라며 설득을 더 해야하는 것은 내 몫이겠지-
내가 더 경제적 능력을 향상시켜나가서
엄마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드리는 날까지!
엄마가 젊어진 마음처럼 몸도 젊어지면서 아프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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