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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통이 주는 것



정리할 것이 많아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밤 11시 반 넘어서 사무실을 나왔다.
버스를 놓칠까봐 신용산 지하차도를 열심히 뛰었다.
나와 반대방향으로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 빼고는 내 앞엔 아무도 없었다.

문득, '괴로움과 혼란스러움을 잊기 위해 내가 몰입할 무언가를 찾으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아등바등이 싫지만은 않다.
늦게 일하고 집에 가는 길이지만 슬프지 않았다. 
막차를 놓칠까봐 뛰는 순간도 약간 쌀쌀한 날씨때문에 걱정되었지, 
힘들다는 것보단 내가 오늘 하루를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내게 주어진 일을 잘 해냈다는 뿌듯함마저 들었다.

괴로움보다는 혼란스러움이 큰 나날들이지만 그 덕분에
놓치고 지내던 사소한 부분들에게도 세세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자기 전 세수를 하는 행위에 있어서도 열중을 하고 스킨과 로션을 바를 때도 열중한다.

별거 아닌 것이지만 
이런 별거 아닌 것 같은 것에서 시작해서 차차 내가 달라지고 
달라진 나와 내 주변의 것들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냥 좋고 마냥 걱정없이 지낸다면 이런 변화도 없겠지?

인생의 굴곡이 험준할 수록 작품에도 그만큼 진한 드라마가 담기기 마련이라니까!

다시 괴롭고 혼란스러운 그 감정에만 몰입하는 일만 잘 다스리면 더 나은 하루하루를 보내리라 믿는다.

지금은 비록, 서투르고 어색해도 그것이 곧 내가 앞으로 나아질 일만 나타날 것이라는 징조이기도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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